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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가 선택한 다시 보고 싶은 한국 영화 5편 (2020년 이후 시선)

by moviestory24 2025. 10. 19.

30대 남자가 선택한 다시 보고 싶은 한국 영화 5편 (2020년 이후 시선)

30대가 되면 이상하게도 영화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예전엔 단순히 스토리의 전개나 연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대사 한 줄, 표정 하나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걸린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나이, 그리고 누군가의 아들, 남편,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영화들이 있다. 이번엔 그런 영화 다섯 편을 골라봤다. 다시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저릿한, ‘30대 남자의 영화들’이다.

1. 남한산성 (2017)

처음 봤을 땐 ‘역사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대가 되어 다시 보면, 이건 완전히 ‘조직에서의 생존기’다. 누군가는 신념을 지키다 밀려나고, 누군가는 체제에 순응하면서 살아남는다. 남한산성 안의 대신들은 사실 우리 직장 안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맞는 말’을 해도 묵살당하고, ‘눈치’가 생존의 기술이 된다. 결국 이 영화는 묻는다. “너라면, 어디까지 타협하겠느냐?” 나도 모르게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2. 내부자들 (2015)

20대 때는 이병헌의 복수극으로 봤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보면, 복수보다 더 끔찍한 건 ‘무력감’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세상, 정의가 조롱받는 현실. 한비서가 절뚝이며 웃을 때, 그 웃음 속엔 자조가 섞여 있다. "이게 대한민국이야." 이 대사가 그냥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어쩌면 내 삶의 독백처럼 들린다. 그래도 그가 다시 일어서는 장면에서, ‘그래, 그래도 버텨야지’ 하는 이상한 용기가 생긴다. 내부자들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3. 완벽한 타인 (2018)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단순한 설정. 그런데 그 안에서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30대가 되면, 인간관계가 더 복잡해진다. 회사, 친구, 배우자 — 다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거리감이 생긴다. 영화 속 그 식탁은 어쩌면 우리의 단톡방 같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서로 감춘 채 살아가는 현실. "우리가 진짜 친구일까?" 이 질문이 식탁 위에 놓인 채, 대화는 점점 불편해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휴대폰을 뒤집어 놓게 된다. 괜히 찔리니까.

4. 범죄도시 (2017)

이건 그냥 통쾌한 액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시 보면, 이 영화엔 30대 남자가 잊고 살던 감정이 있다. ‘정의감’. 마동석이 악당을 주먹으로 때려눕히는 그 장면에서 속이 다 시원한 이유는, 현실에서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불합리함 앞에서 참고,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게 일상이니까. 그래서 관객은 마석도가 되어 함께 휘두른다. 단 한 번이라도, 세상에 주먹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으로.

5. 행복 (2007)

조금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아프다. 아픈 여자와 병든 남자가 만나 ‘행복’을 꿈꾸지만, 결국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게 그렇게 허무하게 식어버릴 수도 있구나, 30대가 되면 그 씁쓸함이 너무 잘 이해된다. 영화의 제목이 ‘행복’이지만, 그 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아프다.

마무리하며

30대가 되어 영화를 본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이제는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남한산성 속 청렴한 관리의 한숨, 내부자들의 씁쓸한 웃음, 완벽한 타인들의 불편한 대화. 그 안에는 지금의 우리가 있다. 오늘 밤엔 그 중 하나를 다시 틀어보자. 이번엔 그때와 전혀 다른 장면이, 마음을 오래 붙잡을지도 모른다.